COVID-19 이후, HR의 세 가지 쟁점
과거 일상의 비즈니스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말은 이미 상투적인 표현이 됐다.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이는 HR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의 삶은 완전히 그로기(Groggy) 상태가 됐지만, 그럼에도 이 사회는 회복을 위한 대단한 사투를 벌여왔다. 바이러스 출현을 예견하기도 했으며 본 이슈에 대해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해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 빌게이츠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힘입어 2022년 말까지 지구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완전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로부터는 해방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의 비즈니스 패턴으로의 회귀에는 커다란 의문부호가 따른다.
바이러스 임팩트가 가져온 변화에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 비즈니스의 효율성, 유연성, 연결성,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뚜렷한 진전의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뒤집어 말한다면 유연하지 못하고 연결되지 못하고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나 채널을 찾지 못한다면 코로나19는 그야말로 개인 및 조직 모두에게 공히 재앙 수준의 적신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그 이후에
먼저,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꿔 놓았다. 일하는 방식이 변했다는 것은, 일하는 장소, 도구, 인력, 방법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비대면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그에 따른 다양한 툴이 등장했고,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고, 여기에 일하는 인력도 달라진 것 같다. 개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AI와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의 다양한 인력 풀과 협업하며 좀 더 다양한 인력을 비용이나 관리 부담이 경감된 상태에서 활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기업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특히 노동 인구에게도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채용 방식의 변화다. 그동안 다국적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시채용 방식을 국내 대기업들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 포스코, CJ정도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공채 제도를 없앴거나 없앨 예정이다. 실제로 국내 530곳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작년 말에 50대 50정도였던 수시 채용과 공채의 비중이 올 연말이면 60대 40으로의 역전이 예상된다. 이는 곧 국내 고용시장 구조의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다. 폐쇄형 노동시장에서 미국 등의 선진국과 같은 완전경쟁의 경력사원 중심의 개방형 노동시장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구조의 개편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제시되면서 그 서막이 열렸다. 그 이후, 바이러스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기업의 철학과 속도 및 일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시장을 지배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그런 기업이 진짜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는 더 이상의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게끔 한다.
주목해야 할 HR의 세 가지 쟁점
코로나19로 인해 재편된 경영환경의 파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사조직관리에서의 '의식적인' 노력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부가적인 프로그램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크게는, 조직문화 쇄신을 중심으로 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방향 정립, 인재 선발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 인적자원 역량 개발에 대한 접근방법의 전면적인 개편은 시급히 진단하고 손을 봐야할 부분이다.
첫째, 언택트 환경의 근무에 적합한 조직 내의 거버넌스 재정립이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 다양한 인력들과 함께 원격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룰'을 포함해 상호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업무수행 방식과 매너 등에 대한 합의된 규범이 형성돼야 한다. 관리자의 통제와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다수의 지지와 동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전제가 견고해야 좀 더 기민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상위단계의 기업문화로의 이전이 가능하다. 새로운 규범과 역동적인 기업문화로의 쇄신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둘째, 수시 채용 방식과 함께 도래한 개방화된 고용시장에서 리더들은 '소수 정예'를 구별해낼 수 있는 '매의 눈'을 가져야한다. 유감스럽게 필자가 만난 다수의 우리나라 리더들은 여전히 지원자의 배경, 스펙,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선발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이제 소수 정예를 가려낼 수 있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자신감이 충분치 않아 직무나 조직에 대한 인재적합도 점검을 위해 인적성검사 자료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심리학 중심의 인적성검사에 의존한다면 본질적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구조화된 선발 방식으로 핵심역량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역량이나 평판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나 제도적 장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구성원 역량 개발과 향상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설계 방향에도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된다. 이제는 산업과 신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기업이 원하는 타이밍에 조직 안팎에서 준비된 인재를 바로 수혈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대상으로 한 신규 직종으로의 직무전환 교육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핵심인력들의 현재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더 심화되고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 역시 병행돼야 한다. 이 두가지는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코로나19를 인류를 향한 재앙이라고 한다. 긍정의 아이콘들은 이를 축복이라고 까지는 말하지는 않으나, 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역전의 기회를 분명히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위장된 축복'정도는 되는 셈이다. 기업현장에서 만난 최고경영자나 고위급 임원들 가운데 건강한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조직 역량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리더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가 진정한 변화를 위한 명분과 동력을 찾기에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나은 상황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전쟁이 발발한다고 해서 911테러사건이 한 번 더 터진다고 해서 생존과 회복과 성장을 위해 이보다 더 몸부림 칠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새로운 HR의 나침반을 갖고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재앙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