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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면접이 끝나고 난 뒤

[월간노동법률]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명장이었던 '요기베라'의 명언이다. 감독으로 팀 성적이 곤두박질을 칠 때였다고 한다. 그가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때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 말을 했고 이후 믿기지 않을 연승으로 팀 성적이 반등했다. 지구리그 우승에 이어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비단 스포츠 세계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다. 제2의 인재전쟁의 서막이 오른 지금 채용을 위한 인터뷰가 잘 끝난 후에도 어쩌면 기업은 이전보다 더 방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평판 조회를 배우다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 있다. 한 다국적기업의 인사총괄책임 임원으로 재직할 때였다. 회사는 중요한 신규 사업의 실무를 이끌어갈 시니어 매니저 한 명이 필요했고 상당히 좋은 프로필을 갖췄다고 판단한 후보자를 찾아 인터뷰한 후 채용을 확정했다.  그는 열성적으로 별 탈 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듯했다. 그러한 그가 차츰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무의 전문성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협업보다는 충돌이 잦았다. 상사와의 갈등에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돌출 행동도 있었다. 수습기간이 종료되기 전, 회사는 그에게 더 이상의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식 통보를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미 숱한 전과(?)가 있던 그의 '노련하고 치밀한' 준비에 회사는 허를 찔려 부당해고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처럼 이후 상황이 전개됐다. 꼬여 있던 분쟁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가 제출한 학력, 경력, 전 직장 연봉 및 급여명세서, 평판 조회 등 상당수가 거짓 정보였음을 알게 돼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명확히,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 평판 조회만 제대로 실시했다면 말이다. 물론 인터뷰 과정에서도 약간의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업의 담당 임원은 그가 최적임자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여기에 다급히 인력이 필요하다는 볼멘 목소리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평판 조회에서 만회해 볼 생각이었다.  평판 조회.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서 고용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에게 최종 공식적 입사 제안을 하기 전에 지원자와 관계가 있는 제3자-이를테면 이전 직장의 상사, 동료, 인사부, 팀원, 후배 등-의 의견을 통해 그 사람의 업무역량, 성과, 리더십, 품성, 대인관계 등을 검증해보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점점 거의 모든 기업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고 점검 항목이나 범위, 깊이 등이 광범위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노동시장의 구조개편으로 국내에도 경력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절대다수가 경력사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직무와의 적합도 및 흔히 '케미'(Chemistry)라 부르는 조직과의 적합도 내지는 궁합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남녀가 살을 맞대고 부부로 살아보기 전에는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듯, 정식으로 출근해 몇 개월 이상 근무를 시켜보지 않는 한 신규직원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행의 수습제도로는 이러한 맹점을 온전히 커버하지 못한다. 그럼 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서 지원자가 정말 기업이 찾는 직무 기술과 지식과 경험을 갖췄는지를 잘 가려내야 하지만 인터뷰만으로는 이를 완전히 체크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다수 국내기업의 현실은 구조화된 인터뷰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도 않은 상태다. 평판 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다.  연착륙을 돕는다는 것의 의미   허나 어쩌면 인터뷰가 끝난 후의 꼼꼼한 평판 조회만으로도 부족할 수도 있다. 채용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전반부와 후반부의 두 단계로 나눠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접근하는 쇄신된 관점이 필요하다. 즉, 최적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구조화된 선발 프로세스 파트와 그렇게 선발된 인원이 긍정적인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를 준비해주고 정말 조직에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착륙' 문화를 구축하는 파트가 그것이다. 후반부를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고용제안 단계다. 서류전형 및 대면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면 타당성이 있거나 경쟁력 있는 고용제안(급여 및 복리후생과 근무조건)을 해 당사자 역시 이 조직으로 입사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의 관점에서 이 단계를 진행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해당 직원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상당히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의 마음에 새로운 고용주에 대한 편안함과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사항이 이것밖에 없고, 오고 싶다면 오면 아니면 말라는 식의 소통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기업이 핵심 인재 영입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관심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당사자와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기업이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끌어안는 부분을 놓친다면 그 기업 전체의 역량이 '하향평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신규 인력이 새로운 커리어의 무대에서 하루빨리 편안함과 자신감을 갖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종합격자가 공식적으로 고용계약서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고 해도 약속했던 입사 당일 나타나지 않거나 입사 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퇴사해버리는 상황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낯선 현상이 아니다. 실력 있는 경력사원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는 요즘의 노동시장에서는 인재들은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있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는 일의 의미나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하기에 더더욱 이 단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채용의 재발견   양질의 직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마치 은행에 저축하는 것과도 같다. 대한민국이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턱없이 부족한 천연자원이라는 태생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높은 교육열과 인재의 힘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뭔가 놓쳤던 것 같다. 채용의 후반부인 좋은 인재를 활용하고 더 발전시키는 데는 전반전만큼 힘을 잘 쓰지 못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바른 채용을 통한 인재확보가 비즈니스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생각만큼 이 문제에 절실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최고 인재 스무 명을 빼앗긴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의 말을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뷰가 끝난 뒤에 더 고민하는 '채용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대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2021.06.10

다양성의 심연(深淵)에서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다.

다양성은 문화적 충격인가?   필자는 낯선 곳과 다름을 좋아했다. 젊은 시절 틈만 나면 배낭 하나를 둘러매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낯선 나라로 곧잘 떠났다. 신혼여행도 오래전에 터키로 배낭여행을 했고,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아마존 정글과 마추픽추로 모험에 가까운 여행을 감행했다. 남아공을 여행하면서 원주민의 집을 찾아가 민박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다 추억거리지만, 이혼당하지도 않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았던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이슈는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어서야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배낭 여행이 아닌 비즈니스 현장에서 말이다.  독일 본사로 발령받은 후, 전세계 핵심 인재들과 함께 리더십 훈련을 받을 기회가 종종 있었다. 과정 중에 개인 과제를 받았는데, 초저녁에 현지의 한 작은 마을의 광장으로 나가서 인파가 가장 북적대는 시간 때에 행인들을 불러모아 놓고 '나와 내 조국 한국'을 주제로 스피치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방인의 스피치는 의외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생소한 훈련은 4박 5일간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대장정을 마감하는 날,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한 명씩 강단의 '빈 의자'에 차례로 앉아 지난 20일간의 자신의 모든 언행과 성과에 대해서 참가한 동료들로부터 소화하기 어려운 자아비판과도 같은 피드백 융단 폭격을 받는 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다. 유럽의 친구들조차 언짢은 감정을 토로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다양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오랜 근무 경험과 국제경영대학에서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 때문에 필자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계속 화두가 되는 이야기가 다양성이다. 개념적으로 다양성이라는 것은 "조직의 사람들 속에서 다른 특징들의 차이가 존재함을 뜻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구성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더불어 그들을 독특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이제 비즈니스 세계는 물론 사회 공동체 모두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초연결시대, 다국적기업의 계속되는 국내진출, 우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해외에서의 커리어, 국내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외국인 유학생 15만명, MZ세대의 출현, 코로나19로 인한 일하는 방식의 혁명적 변화 등이 여기에 불을 지폈다. 다양성에는 문화적인 차이를 포함해서 '다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인정해주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연적으로 전제된다. 그렇기에 톱 클래스의 다국적기업에서는 대개의 경우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이라는 조합된 용어를 많이 쓰곤 한다.  그러나 오해는 여전히 계속된다. 단순하게 여성인력 몇 명 더 채용하고 여성 임원이 많아지고 젊은 대학생들 인턴십 기회와 채용의 기회 증가가 마치 다양성의 전부로 단편적으로만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런 지표는 다양성과 포용성 지향의 조직으로 가는 괜찮은 출발점은 맞다. 그런데 이 다양성의 이슈는 단순히 이런 외적인 지표를 넘었다. 다른 인종, 문화, 세대, 종교, 다른 민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영역을 넘어서 소통, 리더십,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단계로 성장을 하는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다양성 있는 조직문화로 더 나가기 위해서 다양성 포용의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모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성을 갖기 위한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다양한 사람들을 조직에 승선시키는 것이다. 너무 인위적 지표에 몰두해서는 안되겠지만 인턴십, 여성 리더십 인력, 패스트 커리어 트랙(Fast Career Track: 검증된 핵심인재가 조기 승진하는 커리어 프로그램)육성 등 다양한 인력구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굳이 정규직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외에도 다양한 맨파워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해보면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충돌과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조직은 절대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방향이 잡히기 시작하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구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실험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기성세대 최고경영진의 톱 다운 방식 의사진행을 지양하고 빗장을 풀어 주도권을 일부 넘겨줘도 된다. 몇 해전 회사의 복리후생프로그램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있어 아예 시장을 조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해보라고 위임을 해본 적이 있다. 스스로 시장조사를 통해 우리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에 그들 스스로가 놀라면서 불만은 사그라졌다. 동시에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역으로 회사도 놓쳤던 새로운 관점을 알려주기도 했다.  셋째, 이해하려면 제대로 연결돼야 한다. 최근 세간의 뉴스에서 보도됐던 것처럼 SK나 삼성 등의 대기업 사례처럼 과거와 달리 평직원이 사내게시판에 대놓고 대표이사에게 '돌직구'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개의 경우 여전히 국내의 임직원들은 앞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을 의견이 없고 불만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면 위험하다. 복수의 채널과 여러 방법을 통해서 어떤 숨어있는 다양성이 있는지를 계속 파악해 나가야만 한다.  넷째, 적합도(Fit)나 궁합(Chemistry)을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은 잊자. 오히려 개인의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돕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조직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점검해서 어디가 곪아가고 있고 어디가 보이지 않는지를 발견해서 정상적인 건강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사람과 문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확장을 위해 파견되는 해외 주재원의 경우는 특히, 글로벌 조직관리를 위해 진짜 이 문화와 사람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고 가장 깊은 인적 네트워크의 강물에 빠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물에 뛰어 들어가봐야 물살도, 수심도, 차가움도 깨닫게 되고 바다에서 헤엄치며 상어에 잡혀 먹히지 않을 힘도 생긴다. '9 to 6'라는 제한된 시간안에는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지구촌에서의 진정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관리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과외시간 투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단연 비즈니스의 성장이다. 더 많은 다양하고 역량 있는 인재들이 몰리기에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다양성이 기업의 커다란 수익과 가치 창출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맥킨지 리포트, 2018.1.18). 또한 다양성은 혁신적인 사업결과를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양하다는 것은 조직이 열려 있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반증이다. 소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의 조직에서 어떤 창의성이 나오고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건강한 긴장감이 나오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무리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심연(深淵)에서 새로운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2021.05.14

COVID-19 이후, HR의 세 가지 쟁점

과거 일상의 비즈니스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말은 이미 상투적인 표현이 됐다. 참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이는 HR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의 삶은 완전히 그로기(Groggy) 상태가 됐지만, 그럼에도 이 사회는 회복을 위한 대단한 사투를 벌여왔다. 바이러스 출현을 예견하기도 했으며 본 이슈에 대해 영향력 있는 발언을 해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 빌게이츠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힘입어 2022년 말까지 지구촌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완전한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러스 확산의 공포로부터는 해방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의 비즈니스 패턴으로의 회귀에는 커다란 의문부호가 따른다.  바이러스 임팩트가 가져온 변화에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 비즈니스의 효율성, 유연성, 연결성,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뚜렷한 진전의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뒤집어 말한다면 유연하지 못하고 연결되지 못하고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나 채널을 찾지 못한다면 코로나19는 그야말로 개인 및 조직 모두에게 공히 재앙 수준의 적신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그 이후에  먼저,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을 180도 바꿔 놓았다. 일하는 방식이 변했다는 것은, 일하는 장소, 도구, 인력, 방법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비대면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그에 따른 다양한 툴이 등장했고, 일을 진행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고, 여기에 일하는 인력도 달라진 것 같다. 개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AI와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의 다양한 인력 풀과 협업하며 좀 더 다양한 인력을 비용이나 관리 부담이 경감된 상태에서 활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기업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특히 노동 인구에게도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채용 방식의 변화다. 그동안 다국적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시채용 방식을 국내 대기업들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 포스코, CJ정도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공채 제도를 없앴거나 없앨 예정이다. 실제로 국내 530곳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작년 말에 50대 50정도였던 수시 채용과 공채의 비중이 올 연말이면 60대 40으로의 역전이 예상된다. 이는 곧 국내 고용시장 구조의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다. 폐쇄형 노동시장에서 미국 등의 선진국과 같은 완전경쟁의 경력사원 중심의 개방형 노동시장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구조의 개편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제시되면서 그 서막이 열렸다. 그 이후, 바이러스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기업의 철학과 속도 및 일하는 방식이 자본주의 시장을 지배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그런 기업이 진짜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는 더 이상의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게끔 한다.  주목해야 할 HR의 세 가지 쟁점  코로나19로 인해 재편된 경영환경의 파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인사조직관리에서의 '의식적인' 노력과 그에 따른 필연적인 부가적인 프로그램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크게는, 조직문화 쇄신을 중심으로 한 일하는 방식에 대한 방향 정립, 인재 선발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 인적자원 역량 개발에 대한 접근방법의 전면적인 개편은 시급히 진단하고 손을 봐야할 부분이다.  첫째, 언택트 환경의 근무에 적합한 조직 내의 거버넌스 재정립이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 다양한 인력들과 함께 원격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룰'을 포함해 상호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업무수행 방식과 매너 등에 대한 합의된 규범이 형성돼야 한다. 관리자의 통제와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다수의 지지와 동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전제가 견고해야 좀 더 기민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상위단계의 기업문화로의 이전이 가능하다. 새로운 규범과 역동적인 기업문화로의 쇄신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이다.   둘째, 수시 채용 방식과 함께 도래한 개방화된 고용시장에서 리더들은 '소수 정예'를 구별해낼 수 있는 '매의 눈'을 가져야한다. 유감스럽게 필자가 만난 다수의 우리나라 리더들은 여전히 지원자의 배경, 스펙,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선발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이제 소수 정예를 가려낼 수 있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자신감이 충분치 않아 직무나 조직에 대한 인재적합도 점검을 위해 인적성검사 자료를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심리학 중심의 인적성검사에 의존한다면 본질적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구조화된 선발 방식으로 핵심역량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역량이나 평판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이나 제도적 장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구성원 역량 개발과 향상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설계 방향에도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된다. 이제는 산업과 신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기업이 원하는 타이밍에 조직 안팎에서 준비된 인재를 바로 수혈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대상으로 한 신규 직종으로의 직무전환 교육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핵심인력들의 현재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이 더 심화되고 고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 역시 병행돼야 한다. 이 두가지는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코로나19를 인류를 향한 재앙이라고 한다. 긍정의 아이콘들은 이를 축복이라고 까지는 말하지는 않으나, 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역전의 기회를 분명히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위장된 축복'정도는 되는 셈이다. 기업현장에서 만난 최고경영자나 고위급 임원들 가운데 건강한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조직 역량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리더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가 진정한 변화를 위한 명분과 동력을 찾기에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나은 상황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전쟁이 발발한다고 해서 911테러사건이 한 번 더 터진다고 해서 생존과 회복과 성장을 위해 이보다 더 몸부림 칠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새로운 HR의 나침반을 갖고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재앙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 몫이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