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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심연(深淵)에서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다.

등록일. 2021-06-10 조회수. 34

다양성은 문화적 충격인가?  

필자는 낯선 곳과 다름을 좋아했다. 젊은 시절 틈만 나면 배낭 하나를 둘러매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낯선 나라로 곧잘 떠났다. 신혼여행도 오래전에 터키로 배낭여행을 했고,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아마존 정글과 마추픽추로 모험에 가까운 여행을 감행했다. 남아공을 여행하면서 원주민의 집을 찾아가 민박을 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다 추억거리지만, 이혼당하지도 않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았던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다양성이라는 이슈는 불혹이라는 나이를 넘어서야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배낭 여행이 아닌 비즈니스 현장에서 말이다. 

독일 본사로 발령받은 후, 전세계 핵심 인재들과 함께 리더십 훈련을 받을 기회가 종종 있었다. 과정 중에 개인 과제를 받았는데, 초저녁에 현지의 한 작은 마을의 광장으로 나가서 인파가 가장 북적대는 시간 때에 행인들을 불러모아 놓고 '나와 내 조국 한국'을 주제로 스피치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방인의 스피치는 의외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생소한 훈련은 4박 5일간 무려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대장정을 마감하는 날,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한 명씩 강단의 '빈 의자'에 차례로 앉아 지난 20일간의 자신의 모든 언행과 성과에 대해서 참가한 동료들로부터 소화하기 어려운 자아비판과도 같은 피드백 융단 폭격을 받는 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다. 유럽의 친구들조차 언짢은 감정을 토로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다양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오랜 근무 경험과 국제경영대학에서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 때문에 필자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계속 화두가 되는 이야기가 다양성이다. 개념적으로 다양성이라는 것은 "조직의 사람들 속에서 다른 특징들의 차이가 존재함을 뜻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구성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더불어 그들을 독특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이제 비즈니스 세계는 물론 사회 공동체 모두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초연결시대, 다국적기업의 계속되는 국내진출, 우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해외에서의 커리어, 국내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외국인 유학생 15만명, MZ세대의 출현, 코로나19로 인한 일하는 방식의 혁명적 변화 등이 여기에 불을 지폈다. 다양성에는 문화적인 차이를 포함해서 '다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인정해주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연적으로 전제된다. 그렇기에 톱 클래스의 다국적기업에서는 대개의 경우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이라는 조합된 용어를 많이 쓰곤 한다. 

그러나 오해는 여전히 계속된다. 단순하게 여성인력 몇 명 더 채용하고 여성 임원이 많아지고 젊은 대학생들 인턴십 기회와 채용의 기회 증가가 마치 다양성의 전부로 단편적으로만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런 지표는 다양성과 포용성 지향의 조직으로 가는 괜찮은 출발점은 맞다. 그런데 이 다양성의 이슈는 단순히 이런 외적인 지표를 넘었다. 다른 인종, 문화, 세대, 종교, 다른 민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영역을 넘어서 소통, 리더십,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단계로 성장을 하는 핵심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다양성 있는 조직문화로 더 나가기 위해서

다양성 포용의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모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성을 갖기 위한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다양한 사람들을 조직에 승선시키는 것이다. 너무 인위적 지표에 몰두해서는 안되겠지만 인턴십, 여성 리더십 인력, 패스트 커리어 트랙(Fast Career Track: 검증된 핵심인재가 조기 승진하는 커리어 프로그램)육성 등 다양한 인력구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굳이 정규직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외에도 다양한 맨파워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해보면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충돌과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조직은 절대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방향이 잡히기 시작하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둘째,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구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실험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기성세대 최고경영진의 톱 다운 방식 의사진행을 지양하고 빗장을 풀어 주도권을 일부 넘겨줘도 된다. 몇 해전 회사의 복리후생프로그램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있어 아예 시장을 조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해보라고 위임을 해본 적이 있다. 스스로 시장조사를 통해 우리 프로그램의 높은 수준에 그들 스스로가 놀라면서 불만은 사그라졌다. 동시에 프로젝트 발표를 통해 역으로 회사도 놓쳤던 새로운 관점을 알려주기도 했다. 

셋째, 이해하려면 제대로 연결돼야 한다. 최근 세간의 뉴스에서 보도됐던 것처럼 SK나 삼성 등의 대기업 사례처럼 과거와 달리 평직원이 사내게시판에 대놓고 대표이사에게 '돌직구'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개의 경우 여전히 국내의 임직원들은 앞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을 의견이 없고 불만이 없는 것으로 해석하면 위험하다. 복수의 채널과 여러 방법을 통해서 어떤 숨어있는 다양성이 있는지를 계속 파악해 나가야만 한다. 

넷째, 적합도(Fit)나 궁합(Chemistry)을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은 잊자. 오히려 개인의 모든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돕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모든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조직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점검해서 어디가 곪아가고 있고 어디가 보이지 않는지를 발견해서 정상적인 건강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사람과 문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확장을 위해 파견되는 해외 주재원의 경우는 특히, 글로벌 조직관리를 위해 진짜 이 문화와 사람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고 가장 깊은 인적 네트워크의 강물에 빠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물에 뛰어 들어가봐야 물살도, 수심도, 차가움도 깨닫게 되고 바다에서 헤엄치며 상어에 잡혀 먹히지 않을 힘도 생긴다. '9 to 6'라는 제한된 시간안에는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지구촌에서의 진정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직관리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는 과외시간 투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단연 비즈니스의 성장이다. 더 많은 다양하고 역량 있는 인재들이 몰리기에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다양성이 기업의 커다란 수익과 가치 창출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맥킨지 리포트, 2018.1.18). 또한 다양성은 혁신적인 사업결과를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양하다는 것은 조직이 열려 있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반증이다. 소통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의 조직에서 어떤 창의성이 나오고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건강한 긴장감이 나오는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무리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심연(深淵)에서 새로운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