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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 끝나고 난 뒤

등록일. 2021-10-15 조회수. 81

[월간노동법률]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명장이었던 '요기베라'의 명언이다. 감독으로 팀 성적이 곤두박질을 칠 때였다고 한다. 그가 경질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때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 말을 했고 이후 믿기지 않을 연승으로 팀 성적이 반등했다. 지구리그 우승에 이어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비단 스포츠 세계뿐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이다. 제2의 인재전쟁의 서막이 오른 지금 채용을 위한 인터뷰가 잘 끝난 후에도 어쩌면 기업은 이전보다 더 방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평판 조회를 배우다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 있다. 한 다국적기업의 인사총괄책임 임원으로 재직할 때였다. 회사는 중요한 신규 사업의 실무를 이끌어갈 시니어 매니저 한 명이 필요했고 상당히 좋은 프로필을 갖췄다고 판단한 후보자를 찾아 인터뷰한 후 채용을 확정했다. 

그는 열성적으로 별 탈 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듯했다. 그러한 그가 차츰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무의 전문성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협업보다는 충돌이 잦았다. 상사와의 갈등에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돌출 행동도 있었다. 수습기간이 종료되기 전, 회사는 그에게 더 이상의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식 통보를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이미 숱한 전과(?)가 있던 그의 '노련하고 치밀한' 준비에 회사는 허를 찔려 부당해고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처럼 이후 상황이 전개됐다. 꼬여 있던 분쟁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가 제출한 학력, 경력, 전 직장 연봉 및 급여명세서, 평판 조회 등 상당수가 거짓 정보였음을 알게 돼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명확히,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 평판 조회만 제대로 실시했다면 말이다. 물론 인터뷰 과정에서도 약간의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현업의 담당 임원은 그가 최적임자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여기에 다급히 인력이 필요하다는 볼멘 목소리에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평판 조회에서 만회해 볼 생각이었다. 

평판 조회.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서 고용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에게 최종 공식적 입사 제안을 하기 전에 지원자와 관계가 있는 제3자-이를테면 이전 직장의 상사, 동료, 인사부, 팀원, 후배 등-의 의견을 통해 그 사람의 업무역량, 성과, 리더십, 품성, 대인관계 등을 검증해보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점점 거의 모든 기업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고 점검 항목이나 범위, 깊이 등이 광범위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노동시장의 구조개편으로 국내에도 경력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절대다수가 경력사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직무와의 적합도 및 흔히 '케미'(Chemistry)라 부르는 조직과의 적합도 내지는 궁합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졌다. 

그러나 남녀가 살을 맞대고 부부로 살아보기 전에는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듯, 정식으로 출근해 몇 개월 이상 근무를 시켜보지 않는 한 신규직원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행의 수습제도로는 이러한 맹점을 온전히 커버하지 못한다. 그럼 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서 지원자가 정말 기업이 찾는 직무 기술과 지식과 경험을 갖췄는지를 잘 가려내야 하지만 인터뷰만으로는 이를 완전히 체크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다수 국내기업의 현실은 구조화된 인터뷰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도 않은 상태다. 평판 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다. 

연착륙을 돕는다는 것의 의미  

허나 어쩌면 인터뷰가 끝난 후의 꼼꼼한 평판 조회만으로도 부족할 수도 있다. 채용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전반부와 후반부의 두 단계로 나눠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접근하는 쇄신된 관점이 필요하다. 즉, 최적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구조화된 선발 프로세스 파트와 그렇게 선발된 인원이 긍정적인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를 준비해주고 정말 조직에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착륙' 문화를 구축하는 파트가 그것이다. 후반부를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고용제안 단계다. 서류전형 및 대면 인터뷰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했다면 타당성이 있거나 경쟁력 있는 고용제안(급여 및 복리후생과 근무조건)을 해 당사자 역시 이 조직으로 입사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의 관점에서 이 단계를 진행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해당 직원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상당히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의 마음에 새로운 고용주에 대한 편안함과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사항이 이것밖에 없고, 오고 싶다면 오면 아니면 말라는 식의 소통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기업이 핵심 인재 영입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관심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당사자와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기업이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끌어안는 부분을 놓친다면 그 기업 전체의 역량이 '하향평준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신규 인력이 새로운 커리어의 무대에서 하루빨리 편안함과 자신감을 갖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종합격자가 공식적으로 고용계약서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고 해도 약속했던 입사 당일 나타나지 않거나 입사 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퇴사해버리는 상황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낯선 현상이 아니다.

실력 있는 경력사원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는 요즘의 노동시장에서는 인재들은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찾을 수가 있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는 일의 의미나 재미를 찾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조직을 떠날 준비를 하기에 더더욱 이 단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채용의 재발견  

양질의 직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마치 은행에 저축하는 것과도 같다. 대한민국이 좁디좁은 땅덩어리에 턱없이 부족한 천연자원이라는 태생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높은 교육열과 인재의 힘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뭔가 놓쳤던 것 같다. 채용의 후반부인 좋은 인재를 활용하고 더 발전시키는 데는 전반전만큼 힘을 잘 쓰지 못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바른 채용을 통한 인재확보가 비즈니스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생각만큼 이 문제에 절실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의 최고 인재 스무 명을 빼앗긴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의 말을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뷰가 끝난 뒤에 더 고민하는 '채용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대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 에임즈인터내셔널코리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