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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조회를 아십니까?

등록일. 2022-02-16 조회수. 1313

 

평판조회에 대한 들어보았는가?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서 고용가능성이 높은 지원자의 공식적 입사 전에 그 사람의 업무역량, 성과, 리더십, 품성, 대인관계 등을 검증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통상 지원자와 함께 일한 이전 직장의 상사, 동료, 인사부, 팀원, 후배 등에게 의견을 듣는다. 거의 모든 기업에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고 점검항목이나 범위, 깊이 등이 광범위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오래 전 일임에도 생생히 기억나는 악몽같은 사건이 있다. 한 다국적기업의 인사총괄책임 임원으로 재직할 때였다. 신규사업을 리드할 매니저 한 명이 필요했고, 상당히 좋은 프로필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후보자를 찾아서 채용을 했다. 그는 별 탈없이 직무를 수행해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 본색이 드러났다. 직무의 전문성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협업보다는 충돌이 잦았고, 상사와의 갈등에 비상식적인 돌출 행동이 이어졌다. 수습기간 만료 전, 회사는 고용관계 종료를 그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숱한 전과를 보유한 그의 '노련하고 치밀한' 준비에 회사는 허를 찔려 부당해고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더 큰 충격이 이어졌다. 꼬여 있던 분쟁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가 제출한 학력, 경력, 전 직장 연봉 및 급여명세서 내용 등까지 상당수가 거짓 정보였음을 알고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까지는 거의 만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정말 막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을까? '라는 독백을 몇 번씩 되뇌였다. 명확히, 분명히 막을 수 있었다. 평판 조회만 제대로 실시했다면 말이다. 물론 인터뷰과정에서도 약간의 의심을 지울 수 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불안했지만, 현업의 다급한 인력 요청의 볼멘 목소리와 타협하며, 평판조회에서 만회해 볼 셈이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아직 퇴사를 하지 않은 후보자를 현 직장에서 조회하기는 참 어려웠다. '통상하듯이' 에이전트 역할을 해준 헤드헌터를 통해서 오래전의 이전 근무지를 중심으로 평판 조회는 이뤄졌다. 공식 보고서는 "채용 적합" 의견이었고 그 결과에 근거해 채용했다.

정말 평판조회를 제대로 하면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 당연하다. 이런 사례는 참으로 많다. 앞서의 이 악몽 같은 사건에서 엄청난 수업료를 낸 이후부터 필자는 평판조회를 진짜 꼼꼼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헤드헌터분들은 매우 듣기 거북 하겠지만, 우선 평판조회 보고서를 한 번 정도 의심을 해본다. 그리고 임원급 이상의 포지션이라면 단순하게 보고서 내용만 무조건 믿기 보다는 서치펌의 양해를 구해 의견을 주었던 몇 사람들과 직접 통화를 해보기도 하고, 추가적인 평판 제공자를 더 찾아서 진행을 직접 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선발해서는 안될 사람들을 걸러냈던 적도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속화된 노동시장의 구조개편으로 국내도 경력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흔히 '케미'(chemistry)라 부르는 직무 및 조직과의 적합도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져버렸다. 허나 남녀가 살을 맞대고 부부로 살아보기 전에는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듯이, 정식으로 출근해서 몇 개월 이상 근무를 시켜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행의 수습 제도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 기업들이 인터뷰를 선진수준으로 하는 단계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평판조회를 놓쳐서는 안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이다.

제대로 평판을 조회 하는 것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서로를 위해 임원 등 핵심 포지션만큼만 이라도 꼭 평판조회를 재대로 진행할 것을 권해주고 싶다. 시장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세탁하고 다니는 이들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단 한 번의 타협과 조급증이 만날 때 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에임즈 코리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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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작권자ⓒ대전일보사]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506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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